• 최종편집 2026-03-07(수)

[정치칼럼] 영화 타짜 1 "너는 첫판부터 장난질이냐?"

-“계룡시정은 ‘그냥 한번 해보자’는 어설픈 신입사원들의 훈련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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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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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인사의 출마선언문에 등장한 이 문장은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강한 책임감을 강조하려는 표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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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언어가 드러내는 인식이다.

이 한 문장은 지방선거를 시민의 선택으로 리더를 검증하는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누군가는 들어오면 안 되고 누군가는 이미 자격을 갖췄다는 폐쇄적인 시험장으로 규정한다. 그 순간 시민은 주권자가 아니라 ‘누가 적격인지 판단해 주길 기다리는 관객’으로 밀려난다.

 

지방선거는 신입과 경력자를 가르는 인사평가가 아니다.

시민은 “누가 더 오래 했는가”보다 “누가 지금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앞으로의 해법을 설계했는가”를 묻는다.

‘신입사원 훈련장’이라는 표현은 정치 경쟁을 정책과 비전의 비교가 아니라 연차와 경력의 서열 싸움으로 끌어내린다.

 

이는 정치를 단단하게 만드는 언어가 아니라, 토론을 닫아버리는 언어다. 도전은 검증의 대상이지, 출발선에서부터 ‘어설픔’으로 규정돼야 할 이유는 없다.

 

선거는 승부다.

그러나 승부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룰이 있다.

출마선언은 그 룰 위에서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펼쳐 보이는 첫 장이다.

그 첫 장에서부터 상대를 깎아내리는 언어가 등장하는 순간, 그 판은 이미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정책을 설명하기도 전에 “누가 자격이 있고, 누가는 훈련생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정치,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판짜기에 가깝다.

 

정치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게임이다.

시작부터 판을 기울이려는 언어는 강해 보일 수는 있어도 오래 가지 못한다. 시민은 그 언어에서 자신감보다 조급함을 읽고, 책임감보다 우월의식을 감지한다.

 

행정 경험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경험은 자랑으로 소비될 때가 아니라, 결과로 설명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경험을 앞세워 “여기는 훈련장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경험은 시민을 설득하는 자산이 아니라 타인을 배제하는 방패로 변한다. 시민이 알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그 경험이 무엇을 바꿨는지, 어떤 한계를 넘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다.

 

계룡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한다면 도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시민의 선택을 가볍게 표현해서도 안 된다.

 

정치는 탈락자를 가려내는 훈련 과정이 아니다. 시민이 충분한 정보 속에서 판단하도록 열어두는 선택의 과정이다. 정치는 판이 아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표현을 또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책 경쟁에서 우위를 자신하지 못할 때, 판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언어가 먼저 등장한다는 것이다.

 

경쟁자를 ‘미숙한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은 이미 검증을 끝낸 사람처럼 선을 긋는 방식은 경선을 앞두고 치는 일종의 보호막에 가깝다. 이기고 들어가는 승부라면 굳이 판을 흔들 이유가 없다.

 

시작부터 “여기는 훈련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언어에는 자신감보다 위기의식이 먼저 읽힌다. 정치는 본래 비교와 검증의 과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견디기보다 미리 자격 논쟁으로 판을 덮으려는 순간, 그 언어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가 된다.

이미 패배를 감지한 쪽이 가장 먼저 규칙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정치판에서도 낯설지 않다.

 

출마선언의 첫 문장에서 신뢰를 잃는다면, 아무리 화려한 공약도 시민의 손에 들리기 어렵다. 

 

선거는 한 번의 승부지만, 시정은 매일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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